♡♥(소감 글)))/[베트남] 라이따이한 가족

[월남의 향기] 라이따이한 가족이야기

자연생각 2008. 8. 10. 01:37


[월남의 기억-라이따이한 가족이야기]


위 못잖게 더운 날씨라 피서겸 집앞의 영화관에서 "님은 먼곳에"라는 영화를 찾았다.

흘러간 옛 인기가요 "님은 머언~ 곳에~" 라는 애잖은 노래가 첫 화면부터 흐르드니
월남전의 지나간 영상들이 전개되면서 더욱 애잖하게 흘렀다.

본인이 베트남생활을 하면서 산하 직원들에게 우리도 산업전사(戰士)라고 되뇌이던 지나간 일들이 생각나면서,
그중 불현듯 "라이따이한 가족"이야기가 영화와 직접관련이 없는데도 끝날때까지 머리속을 감돌았다.


1994년 공장건설이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초여름, 당시 나의 회사(posco현지투자회사)의 시공업체 책임자로 있는 박소장이 내사무실을 노크했다.
"지난 주말부터 갑자기 소식이 없던 (박소장 산하의) 하청업체 책임자 K씨가 나타났습니다."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K씨는 당시 60세로, 지난 주말 1960년대 중반 청룡부대가 머물렀던 퀴논으로 향하고 있었다.
퀴논에 도착한 그는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가면서 자기가 잠시 살았던 집을 찾아 더듬고 있었다.
약 30년 만의 일이다.
 
그는 월남전이 일어난후 문관으로 월남에 온후 월남여성과 사랑에 빠졌단다.
그리고 아들 2명이 태어났다.

그러던 중 한국으로 잠시 귀국했을 때 이를 눈치챈 본 부인이 여권을 찢어버리자, 여권을 다시 만들고자
노력하던 중 월남이 패망했다

 

 

(하롱베이모습)

 

그후 베트남에 한국 철강회사가 건설계획이란 소식을 알고 다시 찾게된 것이었다.

퀴논시내 옛날 잠시 살았던 동네아이들에게 라이따이한가족이 어디쯤 있는지 먼저 수소문한후,
옛날 사주었던 집이 지금까지 있다면  월남부인이  살고 있지않나 짐작한후,
그리고  혹시나 소문이 나면 가족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우려도 되곤하여
동네아이들을 빼돌리기 위해 일부러 먼길을 돌아 옛집을 힘들게 찾았단다.

 

(하노이 외곽지의 거리; 자전거 통행속에 신형자동차가 지나가고 있다)



골목에 접해 있는 대문을 슬며시 밀면서 집안을 둘러보니,
마침 마루에 있던 월남부인이 신발도 신지 않으채 뛰어나오지 않는가!

잠시후~ 집안내부로 들어서니
벽에는 옛날, 가족들과 같이 찍었던 사진들이
액자속에 고스란히 그대로 걸려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았다.

두아들과 더불어 밤새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월남부인은 월남 패망후 월맹장교와 재혼했는데
이 월맹장교가 혼란속에 아이들을 자기아이들처럼 보호하면서 살았기에 무사했는데
이 남편은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단다.

이 월남여성의 운명도 기구하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K씨가 이 월남여성과 만났을때 어린 딸아이가 하나 있어 친딸이상으로 귀여워했는데,
이 딸이 지금은 결혼하여 멀리 3일정도 걸리는 지역에 살고 있었으나 이딸이 소식을 받고 밤낮주야로
이틀만에 도착하여 가족들이 다시한번 울먹거렸단다.  베트남의 지방간 교통은 당시 매우 불편했다.

월남가족과 잠시 머문 후, 그는 나의 건설 현장으로 돌아와 가슴속에 품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것이었다.

나와  박소장은 잠시동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우거진 나무아래 사슴이 열매를 따고 있고, 멀리 지역민들이 나무아래에서 담소하고 있다)


그후 얼마후인가부터 나와 박소장은,  이 월남부인이  만든 한국음식을  건설현장 식당에서
한국직원들과 함께 들고 있었다.

박소장이 이 월남부인을 현장식당의 월남인 도우미들의 책임자로 임명하고,
운전면허증을 갖고있는 둘째아들에게는 시공업체 운전사로 채용했다.
큰아들은 퀴논의 집을 지키고--.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음인지 한국인 부인도 이해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박소장이 이 라이따이한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때,
갖고 있던 의문을 털어 놓은 적이 있었다.

K씨가 대문을 슬며시 열고 조심스레 들어 갔을때,
월남부인이 어떻게 알고 신발도 신지 않은채로 급히 대문쪽으로 달려 나올 수 있었냐?고--

대답인즉, "며칠 전 꿈에 한국인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꿈을 꾼후" 대문을 잠그지 않은채대문만 보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

 


(시골 할머니가 연못에서 조그만 배를 타고 무언가의 식물을 따고 있다)


사람의 인연(因緣)이란? 
전생의 유무를 논하기 전에 ~  언젠가 부터인가 인연은 이어져 오는 것은 아닌지!
이어져 오는 인연이라면, 어떤 인연이라도 지금부터라도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야 겠다고---

좀 더 멋있게 유익하게 지냄이 우리의 행복이 되겠다!


오랫만의 옛날 월남을 상기시키는 스크린속에서
월남전과 베트남생활과 오늘의 무더위를 식히고 나니 2시간이 후닥닥 지나가는 몰입견도 오랫만에 느껴보고
因緣이란 의미도 다시 의미하고 싶어 부족한 이 글을 적습니다.
감사합니다.



몸이 건강하다고 누구나 모두가 오래사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건강하면 몸도 건강하고 오래살 수 있다고 합니다.

매일 건강한 마음과 덕담으로  행복하세요! ---.

  2008.8.9

사진/글: 자연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