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형 리더 옆에는 예스맨만 많아… 조직 오래 가려면 팀플레이 리더십 필요"
"카리스마형 리더 옆에는 예스맨만 많아… 조직 오래 가려면 팀플레이 리더십 필요"
입력 : 2016.09.15 07:59
[이코노미조선:맨프레드 케츠 데 브리스 인시아드(INSEAD) 교수]
“위기 때 주도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카리스마형 리더를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주장이 워낙 강하고 스스로를 우상화할 줄 알기 때문이죠. 그러나 거기에 속아선 안 됩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맨프레드 케츠데 브리스(Manfred Kets De Vries) 교수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 분석에 오랜 기간 매진해 온 리더십 분야의 권위자다. 인시아드의 글로벌 리더십 센터 창립자로, 인시아드 최고경영자 훈련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그는 최근 여러 칼럼을 통해 ‘우두머리 수컷(alpha male)’ 타입 리더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공감형(empathic)’ 리더십의 시대를 알렸다. 데 브리스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쉼 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 때문에 명확한 전략이 필요한 이 시대에 공감형 리더가 더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프랑스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데 브리스 교수의 목소리는 나즈막했지만, ‘카리스마’란 단어만 나오면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졌다. ‘카리스마형 리더의 성공이란 사람들의 착각으로 만들어진 환상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데 브리스 교수는 “카리스마형 리더 곁에는 진실한 조언 대신 그의 주장에 맞장구만 쳐주는 예스맨(Yesman)만 남을 위험이 크다”면서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리더보다는 함께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위험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조언을 주고받는 ‘팀플레이어’야말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라고 강조했다.

카리스마형 리더가 조직에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우두머리 수컷’ 타입의 리더라고 했는데, 사실 이런 타입에 끌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간의 속성을 자극하기 때문이죠. 이런 리더는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 자신감, 투지를 지닌 것이 특징입니다. 위기 속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는 편이죠. 조직에 대한 책임감도 큽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자만심에 빠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거죠. 이런 사람들에게 막대한 권한을 쥐어 주면 어떻게 될까요. 조직 전체가 리더의 그릇된 판단 때문에 수렁에 빠지는 겁니다. 나는 모든 조직이 이런 카리스마형 리더의 탄생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도취된 강한 리더에게 너무 권한을 몰아주지 않도록 말이죠.”
과거, 많은 카리스마형 리더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나요.
“카리스마형 리더의 성과란 사람들의 착각과 환상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합니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냈을지 모르지만 재임기간을 살펴보면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를 대표적인 우두머리 수컷형으로 꼽았는데, 순항 중이지 않나요.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고 혁신을 이루더라도 그를 좋은 리더십의 표본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독재형 혁신가가 이끄는 조직에서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나는 성과를 위해 사람을 도구로 여기는 리더 곁에는 똑같이 계산적인 사람만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직원들도 그의 모험에 동참하지만, ‘이 사람 곁에서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라 성과가 나오면 돈을 잔뜩 받고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에는 건강한 기업문화가 자리잡을 수가 없습니다.”

카리스마형 리더는
단기적인 성과를 냈지만
장기적인 성과 내기 힘들어
독재형 혁신가에게는
건강한 기업문화 형성되기 힘들어
리더는
잘 말하고 잘 들어야
조직원에게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
지금은 강한 추진력보다도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조직 구조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은 관계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협력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경우, 미국·독일·홍콩·인도 등 전 세계에 있는 사무소의 직원들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연락하고 소통하며 팀프로젝트로 일합니다. 이럴 때 상대방의 상황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거나 상상할 줄 아는 능력이 없다면 일이 진행될 수 있을까요. 간단한 의사소통부터 꼬일 겁니다. 이런 팀들로 이뤄진 조직을 이끄는 CEO에게 공감 능력은 필수죠.”
그렇다면 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은 어떤 리더십인가요.
“사람들은 ‘남성적’ ‘여성적’ 리더십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시대는 ‘개인’의 리더십이 아닌 ‘팀워크를 이끄는 리더십’의 시대라는 겁니다. 너무나 변화가 심해서 혼자만의 재능으로는 시대를 버텨나가기 어렵습니다. 진실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하고, 그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오래가는 기업을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런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 말하고, 잘 듣는 겁니다.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CEO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는 조직원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단결할 수 있는 사명을 부여하는 CEO가 필요합니다. 앞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그 길로 갈지 이야기하는 CEO의 말에서 희망을 찾죠. 불안해 하는 조직원에게 간단한 말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경청하는 자질입니다. CEO가 방향을 잘못잡을 수도 있고, 방향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함께 가는 조직원들의 용기있는 조언입니다. 누구나 문제를 발견하면 곧바로 지적하고 용기 있게 CEO에게 직언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직원들의 조언이 CEO에게 분명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확신을 줘야 하죠. 말은 분명하며 간결하게 하고, 전할 메시지는 반복해서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남의 말에는 귀를 열고 잘 듣는 것이 이 시대의 CEO에게 필요한 자질입니다.”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수업을 들으러 오면 됩니다(웃음). 좀 전에 말했듯 ‘잘 듣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보통 CEO나 리더들은 듣기보다 말하는 데 더 익숙합니다. 하지만 CEO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입니다.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여러 문화권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한데 뒤섞여 일합니다. 다른 성장 배경과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내려면 그 배경을 이해하고 마음을 상상할 수 있는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죠. 서로의 마음을 읽고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조직이라야 건강한 기업 문화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CEO가 실제 상황을 못본 채 소통을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 않나요.
“물론입니다. 특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좀 더 이상화하고 최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주변에 좋은 팀을 꾸리는 게 필수입니다. 결국은 건강한 기업문화, 조직원이 자유롭게 상사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문화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는 거죠. 조직원 사이에 아무런 토론이 일어나지 않는 조직에서는 현명한 결정이 나오지 않습니다. 카리스마형 리더가 이끄는 조직이 대표적이죠. CEO의 권위에 눌려있기 때문에, 그의 결정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는 환경에서 CEO는 자만에 빠집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내달리게 되는 거죠.”

조직원 사이의 세대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나는 세대차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마케팅 업계 사람들이 장삿속으로 만든 용어라고 생각하는데요, 의사 소통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의 깊이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디지털 도구로 단련돼 사고법이 다르다고 해도 모든 걸 다 떠나우리는 같은 사람입니다. 상대에게 더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의 차이지, 나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닙니다.”
CEO의 소통을 도울 수 있는 외부 장치는 없을까요.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가 이사회죠. 문제는 많은 이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CEO가 내부에서 결정을 다 내린 뒤에야 뒤늦게 행동에 나서죠. 개인적으로는 지금 수준보다 이사회가 CEO의 권한을 더 많이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고 CEO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기업을 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감시견이 돼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