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자화상/ 윤동주

자연생각 2017. 12. 15. 18:23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시: 윤 동주시인

(출처: 한국인이 좋아하는 명시100선에서/Lee,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