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시
2016. 9. 12. 00:36ㆍ●☞생각나는 사진!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다시 오늘"
어제를 반성하기보다
오늘을 반성해야 할 때가 있다
어제는 죽음일 따름
아 짐승들은 자유롭구나
반성 없는 그들의 하루하루와 함께
우리는
오늘을 반성해야 할 때가 있다
오늘 나는 무엇인가
나는 짐승보다도 못하구나
반성이 없는 것과
반성이 있는 것 사이
그 질곡의 배회에 맴도는
나는 무엇인가
벌써 아침해의 찬란한 빛은 낡아
얼어붙은 것을 다 녹이지 못하고
다시 얼기 시작하는 저녁이
저쪽에서 다가온다
그러나 나는 이런 오늘을 때려 죽이리라
나는 무엇인가
내가 몽둥이이기 전에
내가 벼락이기 전에
내일을 잉태한 몸으로
꽝 꽝 언 땅을 걸어간다
찬 별빛이 나로 하여금 반짝반짝 빛난다
아 그동안 오늘이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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